‘대선 미리보기?’…여야의 ‘어대한’ ‘어대명’ 손익계산서

  17 06월 2024

최근 박스권에 갇힌 여야 지지율을 반등시킬 카드로 꼽히는 ‘빅 이벤트’ 전당대회를 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대 총선의 데자뷔(기시감)인 셈이다. 전당대회의 ‘어대한·어대명(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재명)’ 기류를 놓고 양당에선 흥행 전망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분위기다.

일단 각 당에선 팬덤을 가진 소위 ‘셀럽’ 대권 주자들을 내세워 당원들을 결집시키고 여야 지지율을 반전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결과 예측이 쉬워지면서 전당대회 자체 흥행은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두 사람이 각자 ‘총선 참패’ 책임론과 ‘사법 리스크’ 꼬리표가 붙은 만큼 오히려 당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짙어지는 ‘어대한’ ‘어대명’ 기류…여론조사서도 입증

여권에선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한 전 위원장은 이미 출마 회견문 작성과 여의도 사무실 섭외 등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는 전언이다. 출마 회견은 오는 23~24일 진행될 후보 등록 마감 직후로 예상된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최근 가까운 원내·외 인사들에게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동훈 비대위’ 멤버나 한 전 위원장이 섭외한 영입인재들도 ‘러닝메이트’ 역할로 최고위원 출마를 고심 중인 상태다.

당 안팎에서도 ‘어대한’ 기류가 짙은 분위기다. 실제 한국갤럽이 17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 응답자 중 59%가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로 한 전 위원장을 꼽았다. 뒤를 이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11%)과 나경원 의원(10%), 안철수 의원(7%), 유승민 전 의원(6%) 등과도 큰 격차로 벌어진 것이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도 지난달 측근들을 만난 자리에서 “(본인이) 전당대회에 나가면 이긴다”고 자신감을 비쳤다는 전언이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당권 연임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 달 초 대표직을 사퇴하고 연임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규정상 당대표가 연임을 결심해 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 경우 대표직을 내려놓고 선거 준비에 돌입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당 지도부는 ‘대선 출마 당대표의 사퇴 시한’ 등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을 위한 포석을 마련한 상태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당권 대항마로 꼽히는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비명(비이재명)계 인사인 박용진 전 의원 등은 최근 당 현안과 관련해 거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그나마 이 대표에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고 당내 세력이 옅은 만큼 전당대회에 등판할지는 미지수다. 친명(親이재명)계 중 이 대표의 행보에 쓴 소리를 전하고 있는 김영진 의원 등도 이 대표의 당권 연임까지 제동을 걸지는 않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 응답자 중에선 75%, ‘조국혁신당 지지’ 응답자 중 63%는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여권 지지자들을 포함한 응답자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때도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한 찬성 응답은 42%, 반대 응답은 47%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내 격차를 보였다.

 

“韓은 총선 참패, 李는 사법 리스크”…꼬리표 악재 우려도

이 같은 기류 속에서 여야의 전당대회 흥행 전망은 분분한 모습이다. 당 주류층은 한 전 위원장과 이 대표가 각자 두터운 팬덤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어 전당대회 이벤트를 통해 충분히 당원들을 결집시키고 이슈몰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의 지지층 규모는 총선을 거치며 이 대표의 팬덤 수준과 거의 대등해졌다”며 “총선에서처럼 이 대표의 대항마로서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이라고 봤다.

특히 양당에선 이번 전당대회가 ‘당내 경선’ 대신 양당의 ‘이슈 선점’ 경쟁에 더욱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이 대표의 연임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고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등극도 유력한 상황”이라며 “총선 정국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당대회도 양당의 이슈 싸움이 될 것이다. 이슈 선점 정도를 통해 각 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앞으로 정국 운영이나 선거의 바로미터 역할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선 결과 예측이 쉬워지면서 전당대회 자체의 흥행은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에서도 전당대회 흥행에 비상이 걸린 만큼 많은 경쟁후보들이 나올 수 있도록 기탁금 하향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에서도 이미 이 대표 외에 당대표 후보들은 보이지 않는 만큼, 당대표를 보좌할 최고위원 후보들이 다양하게 나와서 흥행 기류를 만들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또 한 전 위원장과 이 대표에게 각각 붙은 ‘총선 참패’ 책임론과 ‘사법 리스크’ 꼬리표도 각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권에선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을 놓고 불출마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 원로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SNS를 통해 “총선 망친 주범이 당권 노린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당권 경쟁자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도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책임지는 진짜 보수주의에 근거하면 지금은 ‘한동훈의 시간’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2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추가 기소되면서 한꺼번에 ‘4개’에 달하는 재판을 받게 됐다. 최근에도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당무를 최소화하면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최대 주 3∼4회 법정에 나가야 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정상적인 당무 수행이 어려운 셈이다. 여권에서도 이미 이 대표를 겨냥해 ‘방탄용 연임’, ‘단군 이래 비리 혐의가 가장 많은 정치인’이라며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뉴스1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무선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0.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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