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이 능사 아니다…신한은행, ‘땡겨요’ 적자에도 이어가는 이유는

  11 06월 2024

신한은행의 배달 앱 서비스 ‘땡겨요’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상생 측면에서 시작한 사업인데다 배달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는 올해 말 혁신금융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일환으로, 금융사의 사업에 차별성이 인정되는 경우 인가·영업행위 등의 규제를 최대 4년 유예하는 제도다. 이후 정식 부수업무로 지정 받지 못하거나 관련 규제가 정비되지 않으면 사업을 더 영위할 수 없다.

땡겨요는 2020년 12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2022년 12월 만료일을 한 차례 연장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2월 지정기간 만료가 도래함에 따라 신한은행의 땡겨요 사업 지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는 올해 말 혁신금융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수익 아닌 상생목적

일각에선 신한은행이 땡겨요를 두고 고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배달앱 시장에서 땡겨요의 성적이 부진한 탓이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땡겨요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약 53만 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 MAU는 2174만 명으로 나타났다.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MAU도 각각 684만 명, 550만 명이다. 이들 3사가 배달앱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땡겨요의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으로 미미하다.

수익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땡겨요는 ‘상생 배달앱’이라는 출범 취지에 따라 가맹점에게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있다. 또 업계 최저 수준인 중개 수수료율 2%를 적용하며 상생을 위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 사업의 수익지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땡겨요의 6배가 넘는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는 ‘요기요’ 등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땡겨요의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땡겨요는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목적으로 탄생한 만큼, 수익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땡겨요가 최초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것도 중개·결제수수료 절감 등 혁신성과 포용성 측면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신한은행은 땡겨요 관련 서비스를 확장하며 사업 연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땡겨요 이용자들에게 우대금리와 쿠폰 등을 제공하는 ‘땡겨요페이 통장’을 출시했다. 서울 8개 지자체 등과 할인 혜택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지역 영향력을 넓히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경영 실천을 위해서는 상생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지자체와 파트너십을 더욱 확장하고 다양한 서비스, 이벤트를 기획해 더 많은 가맹점, 고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중인 라이더들의 모습 ⓒ연합뉴스

비금융데이터 쏠쏠…수익 이상의 가치 노려

신한은행이 땡겨요 사업을 이어가는 속내엔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비금융데이터를 축적해 수익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문에 활용할 여지가 크다는 구상이다. 앱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비롯해 자영업자, 소상공인으로 이루어진 가맹점주의 매출 정보 등 얻기 힘든 비금융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이득이 큰 셈이다.

특히 소상공인이나 배달 라이더의 경우 소득이 일정하지 않거나 금융활동이 비교적 적은 ‘씬파일러(Thin-filer)’가 많다. 은행 입장에서 점유율 확대와 상생 금융 차원에서의 씬파일러 금융상품은 중요한 사업 모델로 꼽힌다. 이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만들려면 기존 신용평가모형으로는 정확한 설계가 어려워 연체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땡겨요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하는 데 활용하면 당장의 수익을 뛰어 넘는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땡겨요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대한 기대효과로 ‘매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비롯해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라는 내용을 금융당국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땡겨요 관련 금융 상품도 이미 여러 차례 선보였다. 땡겨요 서비스 시작과 함께 ‘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 ‘땡겨요 사업자 대출’ 등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땡겨요페이 통장’과 ‘땡겨요 적금’ 등 땡겨요 이용시 혜택을 주는 상품으로 고객 유치 및 데이터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적극 추진하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KB리브엠’은 지난 4월 정식 부수업무로 지정 받았다. 이 역시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고객의 이동정보·통신비 내역 등의 비금융데이터의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도 최근 LG유플러스와 손을 잡고 알뜰폰 사업에 진출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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