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어 현대차도 인도 증시에 도전장…14억 시장 노린다
현대자동차가 인도 증시 상장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15일 인도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의 인도 증시 상장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지 물류기업을 인수한 CJ대한통운은 이미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재계에선 세계 4위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인도 증시를 발판 삼아 인구 14억 명에 달하는 인도 내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17일 공시를 통해 “인도 현지 종속회사(HYUNDAI MOTOR INDIA LIMITED)를 인도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인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상장 여부는 시장 상황 또는 사전 수요 예측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모회사인 현대차가 보유한 인도법인 주식 8억1200만 주 중 최대 1억4200만 주, 전체 지분의 17.5%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PO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기존에 현대차가 갖고 있던 지분의 일부를 시장에 판매하는 ‘공개 매각’ 방식이다.
로이터는 이번 IPO를 통해 현대차가 조달할 자금 규모를 최대 30억 달러(약 4조1670억원)로 내다봤다. 이는 인도 IPO 사상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인도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 IPO는 2022년 약 25억 달러(약 3조4725억원)를 조달한 인도 생명보험공사 상장이었다.
현대차만 인도 증시 문을 두드리는 건 아니다. 앞서 CJ대한통운의 인도 자회사 CJ다슬은 지난해 11월 SEBI에 DRHP를 제출했고 지난 3월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늦어도 하반기에는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17년 인도 물류기업 ‘다슬’의 지분 50%를 당시 570억원에 인수, CJ다슬로 사명을 바꾸고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CJ대한통운 품에 안긴 CJ다슬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8년 3527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696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는 미국법인(CJ LOGISTICS AMERICA, 1조666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 규모다.
세계 4위 증시 발판 삼아 실탄 확보한다
이들 기업이 인도 증시에 상장하려는 이유는 인도 증시의 폭발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인도 주식시장 현황 및 지속 상승 배경’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인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4조3600억 달러(약 6018조원)다. 2020년 초 대비 2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이는 시총 기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거래소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도 증시에 활황 흐름을 타고 있는 데는 14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과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지난해 4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로 등극했다. 평균 연령은 28세로 젊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연평균 6~7%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특히 주식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주식 투자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 주식계좌는 9000만 개에 달한다. 여기에 경제 성장 기대감에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주식시장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타 이른바 ‘IPO 대박’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인도 시장 확대를 위한 자금을 현지에서 조달하려는 전략도 증시 상장의 이유라고 꼽는다. 지난해 기준 인도의 자동차 판매량은 약 500만 대로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다. 아울러 인도정부는 현재 강력한 차량 전동화 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전동화 전환과 관련해 5조원이 넘는 현지 투자 계획을 밝혔다. 모회사를 통해 전액 조달하기는 적지 않은 규모다. 이에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투입하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나갈 전략을 현대차가 세운 셈이다.
증권가도 이번 IPO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LS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인도 법인 생산 능력 증설을 위해 쓰일 것”이라며 “지분율 희석 우려보다는 30조원 규모의 자회사 상장을 통한 현대차 기업 가치 재평가와 자산 증대 효과가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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