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가 된 교실에서 아이들 구하기

  31 03월 2024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김누리 지음│해냄 펴냄│336쪽│1만8500원

“한국의 교육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만드는 교육이다. 승자는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구조다. 그러니 교실이 전쟁터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전쟁터에서 승자는 오만함을, 패자는 열등감을 내면화한다. 이것이 ‘오만과 모멸’의 구조로서 사회적 심리의 바탕을 이룬다.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전쟁터와 다름없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배태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시대착오적인 지옥이 된 이유를 짚어냈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 이어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를 펴낸 중앙대 독문과 김누리 교수는 ‘우울한 나라’ 대한민국의 원인에는 극단적인 경쟁, 특히 경쟁 교육이 있다고 진단한다. 경쟁 교육은 학생들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가장 깊은 고통을 받는 당사자는 학생이다. 그리고 학생과 ‘고통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학부모 또한 고통을 공유한다. 무너진 교실에서 학생과 생활을 공유하는 교사들 또한 ‘고통 공동체’의 중요한 일원이다. 요컨대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한국 교육이 가하는 고통의 희생자다.”

김 교수는 연이은 교사들의 죽음, 수많은 학생의 자살이 말해 주는 것처럼 실제 우리 교실이 혼돈과 무기력에 빠져있고, 특히 ‘학벌’이 새로운 신분, 계급, 특권을 만드는 거의 유일한 기준인 사회 속 교육 시스템이 상위권 대학을 향한 살인적인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실에서부터 시작된 불행의 고리는 사회에 나와서도 이어진다. 이는 우리 사회에 미성숙한 엘리트와 습관적인 자기착취 속에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모는 개인들이 증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교육 문제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이처럼 경쟁 교육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멈추지 못할까. 경쟁 이데올로기가 한국 사회를 작동시키는 원리를 넘어 한국인의 의식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결과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정당화되고, 경쟁의 과정은 공정 이데올로기에 의해 합리화된다. ‘경쟁, 능력주의, 공정’ 이데올로기는 ‘야만의 트라이앵글’을 구성해, 한국 사회에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수많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오래전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경쟁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교육에 반하는 원리’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아도르노의 사상에서 책 제목을 발췌했는데, 이는 1970년 독일에서 교육 개혁을 실시할 때 모토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모토 아래 우리도 ‘교육혁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국가가, 아니 우리 모두 함께 나서서 경쟁 교육을 끝내고, 학대받고 유린당하는 우리 아이들을 이 지극한 고통에서 구해 내야 한다. 아이들의 불행은 곧 사회의 예약된 불행이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구하면 그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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