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 잡는 최고의 무기는 치간칫솔·치실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입냄새가 심하다 싶으면 속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한다. 그러나 구취 원인의 90% 이상은 구강 내 문제다. 입속 위생에 문제가 있거나 치과 질환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구강 위생에 신경 쓰면 입냄새 대부분은 해결된다. 그래도 구취 문제가 계속될 경우에는 치과를 찾아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자신에게 입냄새가 나는지는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손으로 컵 모양을 만들어 그 안에 입김을 불어넣은 후 냄새를 맡는 것이다. 그러나 손 자체에서도 냄새가 나므로 입냄새와 손의 냄새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차라리 깨끗한 일회용 종이컵, 작은 종이봉투, 비닐봉지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린 후 숨을 천천히 내쉬고 빠르게 코로 들이마시면서 냄새를 맡는 방법이 낫다.
입안에 침이 마를 때까지 5~10분 기다린 후 혀로 손목 안쪽을 핥아 냄새를 맡는 방법도 있다. 손목은 손바닥과 달리 다른 표면을 접촉할 기회가 적어 다른 냄새와 섞이지 않은 입냄새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칫솔질 또는 구강청결제를 사용한 직후나 입속이 청결한 상태에서는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 숟가락을 이용할 수도 있다. 숟가락으로 혀 안쪽부터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긁는다. 일반적으로 흰색이 도는 노란색 잔해물이 묻어 나온다. 이는 혀에 쌓인 박테리아 흔적이며, 냄새를 맡아보면 대개 좋지 않다. 숟가락 대신 약국에서 구입한 거즈를 사용해도 된다.
자신의 입냄새를 확인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은 타인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물론 연인이나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다. 냄새를 살짝만 맡으면 되므로 필요 이상으로 냄새를 풍길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는 입냄새가 심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입냄새가 어느 정도 심한지를 확인하려면 치과에서 구취 검사를 받으면 된다. 이정원 서울대치과병원 치의학과 교수는 “구취 환자의 30~50%는 가성 구취, 즉 실제 구취가 나지 않으나 구취가 난다고 걱정하는 사람이다. 치과 병원에 가면 객관적으로 구취를 측정해볼 수 있는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라는 검사 장비가 있어 이를 통해 구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 입냄새는 ‘구강 건조’ 때문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일수록 입냄새에 민감하다. 급하게 입냄새를 줄이는 방법은 물을 마시거나 입을 헹구는 것이다. 물로 입을 헹군 후 마른 종이 타올로 치아와 혀를 닦고 다시 한번 입안을 헹구면 구취가 한결 덜해진다. 입냄새 제거에 박하·파슬리·바질 등과 같은 허브도 도움이 된다. 허브는 치아를 깨끗하게 하지는 않지만 강한 향으로 구취를 막는다. 일시적인 효과만 볼 수 있으며, 허브를 씹은 후에는 입을 꼭 물로 헹궈야 한다. 허브 찌꺼기가 치아 사이에 끼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구취 제거법은 아니다. 근본적인 구취 제거법은 입냄새의 원인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입냄새는 대개 흡연이 원인이므로 금연하는 것이 최선이다. 술과 커피도 입냄새의 원인이므로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양파·마늘·파처럼 향이 강한 음식의 냄새는 입속에 수 시간 남는다. 흔히 이런 음식을 먹은 후에는 양치질로 냄새를 제거하지만 칫솔질만으로 입냄새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입냄새가 심한 사람은 향이 강한 음식의 섭취를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정원 교수는 “마늘·양파·치즈 등 독특한 냄새를 남기는 음식을 먹거나 흡연하는 경우에 (구취가) 잘 생길 수 있다. 구취를 유발하는 것 중 하나가 휘발성 황화합물인데, 이는 마늘·양파·달걀·치즈 등에 함유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입냄새가 심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음식물 찌꺼기와 박테리아가 가장 큰 입냄새의 원인이다. 입안에는 음식물 찌꺼기가 쌓여 썩을 수 있는 크고 작은 틈이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치아와 치아 사이 그리고 치아와 잇몸 사이는 음식물 찌꺼기가 잘 낀다. 물로 입안을 헹궈도 잘 빠지지 않는다. 이를 제거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칫솔질이다. 부드러운 칫솔에 완두콩 크기만큼의 치약을 짜서 잇몸에 45도 각도로 대고 닦는 방식이 좋다. 즉 치아와 잇몸 사이를 닦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칫솔을 너무 강하게 누르면 잇몸에 상처가 생겨 피가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꼼꼼히 칫솔질을 하면 3분 이상 걸린다. 이보다 빨리 칫솔질을 마쳤다면 음식물 찌꺼기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항상 입냄새가 날 수 있다. 휴대용 또는 일회용 칫솔을 가지고 다니면 외출 시에도 칫솔질을 할 수 있다. 칫솔은 사용 후 잘 씻어서 보관하고, 3개월마다 교체해야 박테리아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
칫솔질을 아무리 잘해도 닦이지 않는 부위가 있다. 특히 치아와 치아 사이는 음식물 찌꺼기가 잘 끼는 부위이면서 칫솔로 닦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부위는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해 닦아야 한다.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처음 사용하면 잇몸에서 피가 날 수 있으나 치실과 치간칫솔을 사용하면 입냄새 대부분은 사라진다. 치실이나 치간칫솔은 입냄새 제거의 필수품이다. 딱히 입냄새 제거 용도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구강 건강을 위해 치실이나 치간칫솔은 필요하다. 고압력의 물줄기로 치아 사이의 음식 찌꺼기를 제거할 수 있는 구강 세정기를 사용해도 된다. 물에 구강청결제를 약간 넣어 사용하면 박테리아 제거에도 도움이 된다.
혀는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악취를 풍기는 박테리아가 혀에 많을수록 입냄새가 심해진다. 입안에서 유발되는 냄새의 상당 부분은 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치아뿐만 아니라 혀도 매일 닦아줄 필요가 있다. 칫솔이나 혀클리너를 사용해 혀 깊숙한 곳부터 바깥쪽으로 천천히 긁듯이 설태(백태)를 닦아내면 된다. 되도록 칫솔이나 혀클리너를 계속 물로 씻어가면서 혀를 닦는 방식이 좋다. 구강청결제도 박테리아 제거에 효과적이다. 20분 정도 입에 머금다가 뱉어내면 된다.
무설탕 껌으로 침 분비 늘리면 좋아
박테리아는 입안이 건조할수록 잘 번식하고 악취를 많이 풍긴다. 아침에 입냄새가 유독 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잘 때 침을 적게 분비해 입안이 건조하기 때문이다. 침은 입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음식물 찌꺼기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며, 박테리아를 죽이는 효과도 있다. 침 분비량을 늘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설탕 껌을 씹는 행동이다. 껌을 씹는 행동 자체가 침샘을 자극해 침을 많이 분비하게 한다. 즉 입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설탕이 있는 껌은 오히려 박테리아를 번식시켜 구취를 악화하므로 무설탕 껌이나 자일리톨이 첨가된 껌이 좋다. 껌은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도 제거해준다.
또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입안이 마르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물 자체가 침 분비량을 늘리지는 않지만 입안을 세척하고 구강 건조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물을 입에 머금고 가볍게 왼쪽,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더 좋다. 레몬이나 라임을 짠 물을 마시면 약간의 산성 효과로 구취 유발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껌 씹기가 구강 위생을 대신할 수 없으므로 칫솔과 치실 사용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이정원 교수는 “칫솔질과 치실을 사용한 후 혀클리너로 설태를 잘 제거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구강청결제는 기계적인 청결이 끝난 다음에 사용하면 좋다. 에센셜 오일 성분이 함유된 구강청결제는 세균 억제력이 더 높고 치은염 감소 효과도 더 높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만일 만성적인 구강건조증이 있거나 여러 방법을 사용해도 구취가 사라지지 않을 경우에는 치과를 찾아야 한다. 치주질환이 입냄새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치주질환은 치은염과 치주염이다. 치은염은 잇몸에 생긴 초기 염증이고, 치주염은 염증이 잇몸과 치아를 지지해 주는 뼈인 치조골을 포함해 치주 조직까지 진행된 상태를 말한다. 이와 같은 치주질환 원인균이 입안에 많을수록 구취가 심해진다. 치과에서 치주질환을 적절히 치료하면 입냄새가 사라진다. 또 정기적으로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하는 것도 입냄새를 줄이는 방법이다.
치과 질환 점검 후 내과 질환 원인 찾아야
그 외의 입냄새 원인은 감염 같은 특정 질병이다. 예컨대 편도결석이 생기면 구취가 발생한다. 편도선에 음식물 찌꺼기나 점액, 박테리아 등이 뭉쳐서 석회화된 것이 편도결석이다.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할 때 목구멍에 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입 안쪽의 목젖 부위에 흰점이 보이면 편도결석을 의심할 수 있다.
코막힘, 위염, 신장질환도 구취를 유발한다. 호흡할 때 암모니아나 금속 맛또는 향이 난다면 신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특정 약품을 복용할 때도 입냄새가 날 수 있다. 가령 당뇨병 자체로 구취가 생기기도 하지만 당뇨병 치료제(메트포르민)도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 그 외에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이뇨제, 방사선 치료 등도 구강을 건조하게 만들어 입냄새가 나게 한다.
이정원 교수는 “생리적 구취가 있을 수 있다. 공복 상태이거나 생리 기간에는 구취가 좀 더 많이 날 수 있다. 그 밖에 위산 역류, 만성 상악동염 등으로 인한 후비루(코 부위에서 다량으로 생산된 점액이 목뒤 쪽으로 넘어가는 현상), 신장질환, 구강암, 당뇨병 등 전신질환도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율은 높지 않기 때문에 우선 치과에서 원인을 찾아보고 그 이후에 다른 전신질환에서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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